노노상속 급증의 통계학
부의 고령화와 해법

초고령사회 진입이 코앞인 한국에서 상속의 시간·대상·자산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문제는 ‘노노(老老)상속’의 고착화입니다. 국세 통계에 따르면 2023년 80세 이상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은 20조 3,200억 원으로 처음 20조 원을 돌파했고, 같은 해 과세 대상 상속 건수의 53.7%가 80세 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2017년 6조 6,100억 원 대비 6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자산구성도 특징적입니다. 80세 이상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중 건물 10조 1,500억 원, 토지 4조 6,900억 원 등 ‘부동산 73%’ 편중이 뚜렷해 유동화가 어렵습니다. 연령 흐름을 보면 80대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세를 납부한 사례가 2010년 1,344건에서 2022년 1만 237건으로 약 8배 증가했고, 70대를 합치면 2022년 신고 건수의 77%가 70세 이상에서 나왔습니다. 상속의 시점이 더 늦어지고, 상속받는 주체도 50~60대(소비성향이 낮은 연령대)로 이동하면서 ‘지연·고령·비유동’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강화되는 모습입니다. 왜 지금 이 현상을 점검해야 할까요? 이는 가계의 상속세 재원·돌봄·의사결정 부담을 넘어, 내수 활력과 자본 재배분이라는 거시경제 경로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읽는 노노상속의 구조 변화
노노상속의 팽창은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과세 대상 상속의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에서 발생했고, 2017년 대비 80대 이상 상속규모가 3배 넘게 커졌습니다. 2010~2022년의 장기 추세를 보면 80대 이상에서 상속세를 실제 납부한 사례가 1,344건→1만 237건으로 증가하여 ‘상속하는 쪽도·받는 쪽도 고령’인 구조가 완성 됐습니다. 한편 80세 이상 피상속인의 자산구성은 건물·토지가 73%를 차지합니다. 부동산은 현금이나 금융자산에 비해 처분·분할이 어려워 생전 증여·상속세 재원 마련이 지연될 소지가 큽니다. 결국 상속이 개시될 때까지 자산이 ‘사실상 동결’되는 기간이 늘어나고, 상속 개시 직후에는 급한 매각·차입 등 비효율적 대응이 발생하기 쉽워집니다.
부의 고령화는 내수 둔화의 연결고리
고령층은 생애주기상 평균소비성향이 낮고 안전자산 선호가 높습니다. 자산이 고령층에 오래 머무르면 소비·투자로의 순환 속도가 떨어지는 ‘자산 잠김’이 나타납니다. 한국은행 분석은 2013~2024년 민간소비 추세 증가율 둔화(연평균 –1.6%p) 중 절반(–0.8%p)이 인구구조 요인 때문이라고 봅니다. 2025~2030년에는 고령화 심화로 소비증가율 둔화 폭이 연평균 –1.0%p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습니다. 이 점이 노노상속의 확산과 맞물립니다. 상속 재화가 30~40대(소비·투자 유발도가 높은 연령대)를 거치지 않고 50~60대에게 바로 되면서 자산의 회전율이 떨어지고, 처분이 어려운 부동산 위주 자산은 특히 이런 문제를 더욱 가속화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내수의 저탄력성과 ‘부동산 편중’이 함께 강화되며, 세대 간 자본 재배분의 속도와 방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점·대상·자산 - 3축 관리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는 핵심은 조기·분산·유동화입니다. 먼저, 10년 주기의 직계존속 기본공제(5,000만 원)와 혼인·출산 공제(1억 원)를 미리 설계해 상속 이전의 목적성 증여를 앞당겨야 합니다. 다음으로, 배우자 상속공제(최소 5억~최대 30억) 와 일괄공제(5억)를 최대한 확보하여 과세표준을 낮춘 뒤, 2차 분산 이전(추후 증여 등)으로 누진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세대생략 이전은 혼인·출산 공제·교육비 직접지급 등 비과세·분리과세 루트부터 활용하고, 30%·40% 할증을 포함해 ‘부모를 거치는 2단계 이전’과의 순세부담 시뮬레이션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부동산 비중이 높을수록 상속세 재원 계획이 선행돼야 합니다. 생전 일부 매각·대체투자·연금계좌 이전(양도세 특례 대상) 등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 두고, 연부연납·물납은 담보·서류 요건을 조기에 점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령 상속인의 건강·의사결정 리스크에 대비해 유언장·성년후견·가정신탁 등으로 ‘자산 사용 목적’ ‘분배 원칙’을 문서화하면 분쟁·비효율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부의 회전 속도’를 높이는 설계가 해법
노노상속은 장수 시대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므로 적절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자산이 고령층에 장기간 묶이면 소비·투자 동력이 약해지고, 가족은 상속세 재원·돌봄·의사결정의 다중 부담을 지게 됩니다. 정부는 정책을 혼인·출산 등 젊은 시기 목적성 이전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정교하게 디자인하고, 고령층 자산의 유동화·연금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언제·누구에게·무엇을’ 이전할지라는 3가지 질문에 따라 일찍부터 상속을 준비해야합니다. 이미 제도에 존재하는 혼인·출산 공제, 배우자 공제, 연부연납·물납, 연금계좌 특례를 체계적으로 조합하는 것 만으로도 여러 문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속은 자산관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상황에 맞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노노상속의 시대에도 현명하게 자산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노노상속연구소의 실전 팁
- 신혼·출산 타임라인 설계
혼인일 전후 2년, 출생·입양일로부터 2년 내 직계존속 증여는 통합 1억 원 공제 대상입니다. 성년 기본공제 5,000만 원과 별도 적용되므로 부부 합계 최대 3억 원까지 비과세 이전이 가능합니다. 혼인계약·전세·청약 일정과 맞춰 증여계약서·입금내역·증빙서류를 함께 정리해두면 추후 증빙이 용이해집니다. - 세대생략 리스크 점검
조손 증여·상속은 원칙적으로 30% 할증, 미성년 손주에게 20억 원 초과 이전은 40% 할증입니다. 손주 지원 목적이라면 먼저 혼인·출산 공제, 교육비 직접 지급(비과세) 등 합법적 루트를 확인하고, 필요 시 부모를 거치는 2단계 이전과 순세부담 비교표를 만들어 결정하세요. - 연부연납·물납으로 현금흐름 방어
상속세는 원칙 6개월 내 현금 납부입니다. 일반재산은 최대 10년 연부연납이 가능하며, 법정 양식상 ‘연부연납기간+1’ 회분으로 균등 납부합니다(10년이면 11회). 금융재산이 부족하고 부동산·유가증권 편중 시 물납 요건(재산구성 1/2 초과, 세액 2천만 원 초과, 금융재산 대비 세액 초과 등)을 미리 점검하고 담보·서류를 준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