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vs 사전증여
고령 부모의 선택 전략

한국의 고령 세대에게 ‘지금 줄까, 나중에 줄까’는 세금, 노후자금, 가족관계가 한 번에 얽히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상속·증여세의 구조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증여는 시점을 쪼개어 설계할 수 있고 상속은 한 번에 과세된다는 점에서 전략이 갈립니다. 일본은 ‘노노(老老)상속’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결혼·육아 자금의 비과세 한도를 늘여 증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富)의 회춘’을 시도하는 거죠.
한국도 2024년부터 혼인·출산 시 추가 1억 원 공제를 신설했고, 2025년엔 ‘유산취득세’ 전환 등 큰 폭의 상속세 개편안이 정부안으로 제시되어 국회 통과가 진행 중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각 가정별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노노상속과 제도의 변화
증여세와 상속세의 최고세율은 현행 50%로 동일하지만, 증여는 ‘나눠서’ 공제·세율구간을 반복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에게 한 번에 10억 원을 증여하면 증여재산공제 5천만 원을 빼 과세표준 9.5억 원, 세율표(누진공제 적용)상 세액은 약 2.25억 원입니다. 반면 10년 간격으로 5억+5억으로 나눠 증여하면 각 회차마다 공제 5천만 원을 적용해 과세표준 4.5억 원, 회차별 약 8천만 원, 총 1.6억 원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10억 원이라도 ‘시점 분산’만으로 약 6,500만 원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상속은 이런 시간분산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부동산처럼 장기 상승 가능성이 큰 자산은 생전 일부 이전으로 미래 평가액 급증에 따른 과표 도약(상속 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금성 자산 위주라면 굳이 지금 세금을 내며 옮길 이유가 없습니다. 요컨대 증여는 공제·세율구간을 반복 활용하는 ‘타이밍 게임’, 상속은 한 번에 과세되는 ‘규모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와 일본의 제도 비교
한국은 직계존비속 간 증여는 10년 합산 5천만 원(미성년자 2천만 원) 공제를 기본으로, 2024년부터 혼인·출산 공제가 신설되어 혼인일 또는 출생(입양)일 전후 2년 내 증여 시 추가 1억 원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 혼인·출산 공제는 합산 한도 1억 원입니다. ‘각 1억 원’이 아닙니다.)
배우자에게는 6억 원 공제가 유지됩니다. 상속은 기초공제 2억 원과 인적공제(자녀 5천만 원, 미성년·연로자·장애인 공제) 또는 일괄공제 5억 원 중 유리한 쪽을 택하고, 배우자공제(최대 30억) 등 여러 공제가 추가됩니다. 2025년 정부가 발표한 유산취득세 전환, 자녀공제 대폭 확대 등은 아직 국회 통과 전이므로 시행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연 110만 엔 ‘연간 증여공제’가 있고, 교육자금(최대 1,500만 엔)·결혼·자녀양육자금(최대 1,000만 엔) 비과세 제도를 추가로 연장했습니다. 또 생전증여의 상속세 ‘회수(가산)’ 기간을 3년→7년으로 확대하여 최대한 일찍 ‘젊은 세대에게 자금이 흘러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변수, 분쟁
그러나 세무 효과만 보고 과감히 증여했다가 본인 노후자금이 모자라면 뒤늦게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기대수명·의료비·요양비를 보수적으로 반영해 ‘내가 쓸 몫’을 먼저 확보하고, 남는 범위에서 증여/상속을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족 분쟁 리스크도 큽니다. 특정 자녀에게만 과도한 사전증여가 이뤄지면, 상속 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로 다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유언(공증), 유언대용신탁, 가족합의서로 생전지원의 이유와 향후 배분 원칙을 명확히 남겨둠으로써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증여 설계 예시
- 총자산 10억 원 안팎
노후자금 우선 확보 후, 자녀가 필요로 하는 시점(전세보증금, 결혼, 출산)에 맞춰 10년 주기 공제(성인 5천만 원)와 혼인·출산 공제(합산 1억 원)를 병행하여 작게·자주 증여. 상속은 일괄공제 5억+배우자공제로 마무리하는 단순화 전략이 유효. - 총자산 10~30억 원
부동산 비중이 크면 일부를 조기 증여하여 미래 평가증가 리스크를 분산. 남은 재산은 상속으로 가져가되, 배우자공제·금융재산공제 등을 최대화. 필요 시 유언대용신탁으로 생활비·의료비를 ‘본인 우선’으로 고정. - 총자산 30억 원 이상/가업보유
일찍부터 가업승계·창업자금 증여 특례(특례세율 10% 등)를 검토하고, 상속 시 유산취득세 전환 등 제도 변화 시나리오를 병렬로 준비. 연부연납·분납, 담보 설계까지 포함한 ‘현금흐름 캘린더’를 반드시 함께 짤 것.
'언제'보다 '어떻게'가 중요
사전증여는 공제와 세율구간을 나눠 쓰며 자녀의 필요 시점에 맞춰 실질효용을 높이는 수단입니다. 반면 상속은 배우자·인적공제·일괄공제 등 제도적 안전판이 있어 ‘끝까지 지키고 넘겨주기’에 유리합니다. 정답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두 방식을 병행하는 데 있습니다.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자녀의 교육·결혼·주거 시점에 맞춰 소액·분산 증여를 진행하되, 남은 재산은 상속으로 정리하는 2트랙 병행이 가장 현실적 해법입니다. ‘언제 물려줄 것인가’의 해답은 각 가정의 사정에 달려 있지만, 문제를 마주하기 전에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온가족절세연구소의 실전 팁
- 혼인·출산 공제 활용
혼인일 또는 출생(입양)일 전후 2년 내 직계존속이 증여하면 기존 10년 5천만 원 공제와 별도로 최대 1억 원을 공제합니다. ‘혼인 1억 + 출산 1억 = 2억’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혼인·출산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일과 신고기한을 관리하세요. - 가족 간 대여는 ‘차용증+이자+입출금’이 3종 세트
가족 간 대여 시에는 차용증(원리금/만기/이자율), 매년 이자 지급(통상 적정이자율 4.6% 참고), 계좌 입·출금 내역을 빠지지 않고 관리해야 합니다. 적정이자율 미만 이익이 기준금액을 넘으면 증여로 간주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공제 내 ‘무세액’이라도 신고
공제 적용으로 세금이 0원이더라도 신고와 증빙자료를 보관은 필수입니다. 잘 보관해 둔 증빙자료는 이후 자금출처조사와 합산관리의 중요한 방어막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