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10일

노노상속의 걸림돌, 부동산

유동성의 그늘과 해법


노노상속의 걸림돌, 부동산

한국의 상속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80~90대까지 장수하면서 50~60대 자녀가 뒤늦게 유산을 받는 ‘노노(老老)상속’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상속재산의 4분의 3이 집과 땅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절차·세금·현금흐름 전부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위험 신호입니다.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한 최근 분석에 따르면 80세 이상 피상속인이 물려준 재산 가운데 건물과 토지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속세가 부과된 사례 기준으로 피상속인의 절반이 넘는 비율이 80세 이상이며, 총재산도 수년 새 크게 늘었습니다. 동시에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고령층으로의 자산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부의 고령화’는 상속 시점의 유동성 부족으로 직결되어 세금 납부·형제 간 분할·자산 재배치가 한꺼번에 꼬일 위험을 키웁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팔기 어려운 부동산 중심 상속’이라는 현실을 전제로 한 제도 이해와 실행 가능한 가계 전략입니다.

부동산 편중이 만드는 상속의 병목

부동산은 상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장 늦게 현금이 됩니다. 매수자 탐색·가격 조정·등기 이전까지 시간이 걸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상속이 개시된 뒤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일반적으로 6개월(상속인이나 피상속인 중 해외 거주가 있으면 9개월)로 빠듯한데, 이 기간 안에 ‘제대로’ 매각해 현금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일단 급매로 처분하거나, 고금리 차입으로 세금을 낸 뒤 뒤늦게 자산을 정리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결국 세 부담과 거래비용이 늘고, 상속재산의 순가치는 줄어듭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생전 이전을 시도해도 부동산은 증여세 부담과 거주 문제(부모의 주거권) 때문에 결정을 미루다 상속 시점에 몰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세제 구조가 생전 이전을 늦춘다

증여세는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구간에 최고 50%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자녀에게 단번에 큰 부동산을 넘기면 바로 높은 세율을 맞닥뜨리기 때문에, 많은 가정이 증여 시점을 늦추거나 규모를 줄입니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적용되지만, 최소액을 넘는 공제를 받으려면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기한’(상속세 신고기한 다음날부터 9개월 이내)까지 등기·명의개서 등 분할을 마쳐야 합니다. 또한 부모와 10년 이상 동거·1세대 1주택 요건을 충족하면 주택가액 100%(상한 6억 원)를 공제하는 ‘동거주택 상속공제’가 있으나, 요건이 까다롭고 동거·무주택 유지 등 장기간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실 적용의 허들이 높아, 결과적으로 ‘살던 집은 그대로 보유, 상속 때 한꺼번에 해결’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유동성 결핍의 경제적 파장

자산이 고령층에 머물고, 그중 상당이 부동산으로 묶일수록 소비 성향이 높은 세대로의 자금 이전이 지연됩니다. 일본이 겪은 선행 사례처럼 ‘부의 고령화’는 내수 둔화와 경제 활력 저하를 낳습니다. 한국도 80세 이상 피상속인의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상속의 평균 개시 연령이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특정 가정의 상속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의미를 넘어, 노동·주거·출산 등 생애과정 전반의 의사결정 시점을 늦추고,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 효율을 떨어뜨리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세제·금융·주거정책이 유동성 제약을 완화하도록 설계되고, 가계도 생전 이전·현금흐름 전환을 염두에 둔 계획을 서둘러야 합니다.

2025 이후 바뀌는 제도

먼저, 고령층 부동산 유동화를 촉진하기 위해 ‘연금계좌 납입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특례’가 신설·시행되었습니다. 1주택 이하의 기초연금 수급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국내 토지·건물 등을 2025년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 사이 양도하고, 6개월 내 그 대금을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납입액의 10%(연금계좌 추가납입 생애 누적 1억 원 한도)를 양도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 외 방식으로 인출하면 추징되므로 ‘연금화’ 목적에 맞춰야 합니다. 다음으로, 2024년 도입된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는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인 전후 2년 또는 출생·입양 후 2년 내 받은 증여에 대해 1억 원을 추가 공제합니다(일반 직계존속 증여공제 5천만 원과 별도·통합한도 1억 원). 따라서 성인 자녀 본인이 부모에게서 1.5억 원, 배우자는 배우자 부모에게서 1.5억 원을 각각 증여받으면 부부 합산 3억 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2028년부터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세→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자녀 기본공제(상속인별) 상향, 배우자 공제 최소금액 상향 등 방향이 제시되어 있어, 제도 확정 시 상속설계의 기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유동화’입니다. 상속재산의 3/4이 부동산이라는 현실이 당장 바뀌지 않는다면, 가계는 생전부터 유동성 장치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혼인·출산 공제의 전략적 활용, 주택의 연금화·다운사이징, 피할 수 없는 상속세의 분할납부 준비가 그 장치입니다. 제도 측면에서는 고령층 자산의 시장 회수(양도)와 젊은 세대로의 이전을 촉진하는 방향의 세제 보완이 계속되어야 하며, 가계는 바뀌는 규정(연금계좌 과세특례, 유산취득세 도입 추진)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설계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지금이 ‘집을 어떻게 현금흐름으로 바꿀 것인가’를 가족이 함께 논의할 때입니다. 준비된 상속만이 분쟁·세부담·기회비용을 줄이고, 세대 간 자원을 제때 이동시켜 가정과 경제 모두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노노상속연구소의 실전 팁
  • 혼인·출산 공제 활용
    성인 자녀는 직계존속 증여공제 5천만 원에 혼인·출산 추가공제 1억 원을 더해 1인 1.5억 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합니다. 자녀 본인과 배우자가 각자의 부모로부터 동일 구조로 증여받으면 부부 합산 3억 원을 무세(無稅)로 이전할 수 있으니, 결혼·출산 일정과 현금흐름 계획을 연결해 증여 시점을 설계하세요.
  • 주택 연금화 + 양도세 특례 활용
    기초연금 수급자이면서 10년 이상 보유한 토지·건물 등을 2025~2027년에 양도해 6개월 내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납입액의 10%(생애 누적 1억 원 한도, 최대 1천만 원)를 양도세에서 공제받습니다. 주택연금(55세+, 공시가 합산 12억 이하)과 병행하면 거주 안정·현금흐름·세제 혜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 동거주택·배우자공제 체크
    동거주택 상속공제는 10년 이상 동거·1세대 1주택·상속 시 무주택(또는 공동 1주택)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주택가액 100%(상한 6억 원) 공제가 가능합니다. 배우자공제는 최소 5억, 최대 30억이며, 신고기한 다음날부터 9개월 내 분할·등기를 완료해야 확대 공제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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