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04일

부모 돌봄과 상속 갈등

가족 분쟁을 막는 현명한 방법


부모 돌봄과 상속 갈등

부모 간병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맡았는가가 상속 테이블에서 가장 예민한 화약고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 통계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 건수는 2014년 771건에서 2022년 2,77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중산층 자산 규모 확대와 장수 시대의 간병 부담이 겹치며 분쟁이 일상화된 것입니다. 문제는 법의 기본 틀이 ‘법정상속분’을 전제로 돌아가므로, 누군가의 헌신이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더 돌봤다”는 정서와 “법대로 나누자”는 원칙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가족 전체가 소송 리스크와 정서적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그래서 생전 합의·기록·증빙, 그리고 조세·민법 규정에 맞춘 설계가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 해법이 됩니다. 특히 일본은 2019년 민법 개정으로 ‘특별기여료’ 제도를 신설해 상속인이 아닌 친족도 장기간의 무상 간병 기여가 있으면 금전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문화 양면에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돌봄의 가치와 법의 간극

상속 재판은 최근 10년 새 뚜렷한 증가세를 보입니다. 2022년의 ‘상속재산 분할’ 사건은 2014년 대비 약 3.6배로 늘었고, 유류분 관련 소송도 장기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간병·동거·생활비 지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는 가족 내부에서는 “당연한 도리”로 취급되기 쉬운데, 막상 상속에서는 수치화·입증이 어려워 분쟁의 불씨가 됩니다. 문화적 요인도 큽니다. 간병이 한 자녀에게 과도하게 쏠리고, 다른 형제는 “형편이 안 된다”며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정서적 불균형이 쌓입니다. ‘법대로’ 정리하려 들수록 헌신을 한 구성원이 소외감을 느끼고, 반대로 ‘정서대로’ 나누자면 다른 상속인의 법적 권리(유류분·법정상속분)가 걸립니다. 따라서 갈등의 구조는 ‘정서의 불균형’과 ‘법의 중립성’이 충돌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기여분·유류분은 어떻게 작동하나

우리 민법은 공동상속인 중 상당 기간 간호·동거 등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정도, 상속재산 규모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일상적·통상적 부양만으로는 인정이 쉽지 않습니다. 간병 일지, 지출 영수증, 간병인 계약서, 이체 내역 등 객관적 증빙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대법원과 하급심은 배우자·자녀의 통상적 부양 수준은 ‘특별한 기여’로 보기 어렵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 따라서 “나는 많이 돌봤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여의 ‘특별성’을 입증할 구조화된 기록이 필요합니다. 

유류분 제도도 핵심 변수입니다.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 등 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 최소 몫을 보장하는 장치로, 편중된 유언·증여가 있더라도 법정 최소한을 되찾을 수 있게 합니다. 다만 2024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까지 유류분권리자로 포함한 민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 입법 개선 시한이 2025년 12월 31일로 정해져 있어, 향후 유류분 범위와 운영은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에 대한 유류분 권리는 유지되지만, 형제자매의 유류분 권리는 효력이 상실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일본의 사례 : 특별기여료

일본은 고령화로 상속·간병 갈등이 확산되자, 가족 전원이 간병·비용을 분담하고 상속 협의는 ‘상속인만’ 참여하도록 하는 문화적 규범을 강조합니다. 생전부터 장남·장녀가 실무를 맡으면 다른 형제는 매월 일정액을 분담하는 등 ‘현금 보상 루틴’을 합의해 두라는 실무 조언이 보편화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2019년 7월 1일부터 '특별기여료' 제도가 시행돼, 상속인이 아닌 친족(예: 며느리)도 무상 간병 등으로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했다면 상속인에게 금전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유사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제도와 문화의 이중 안전장치가 고려되고 있습니다.

세무 설계로 분쟁을 줄이는 법

먼저 ‘생전 보상’은 제도권 공제를 활용해 투명하게 하세요. 직계비속 증여는 10년 단위로 성인 5,000만 원(미성년 2,000만 원), 배우자 6억 원까지 증여세 기본공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피상속인 사망 전 10년 내 상속인에게 한 증여(비상속인은 5년)는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합산되므로 너무 늦지 않게,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한편 배우자에게 충분히 상속하면 최소 5억~최대 30억 원까지 배우자 상속공제가 적용돼 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편중 증여·유증은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 리스크가 있으므로, 합의서·유언과 함께 균형을 맞추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보험도 상속세 재원과 분쟁 완화에 유용합니다. 예컨대 ‘교차 구조’(계약자·수익자=자녀, 피보험자=부모)로 자녀가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사망보험금은 일반적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상속인이 보험료를 실제로 부담했다면 계약자가 누구든 상속재산으로 보아 과세될 수 있으니, 납입 주체와 자금 출처를 명료하게 분리하세요. 

부동산은 ‘현금화·평가 전략’을 서두르는 편이 갈등을 줄입니다. 공동상속이 어려운 부동산은 생전 매각·현금화로 분할 가능성을 높이고, 상속 시에는 감정평가 등으로 ‘시가’를 확보해 두면 상속받은 자산의 취득가액(양도세 기준)이 올라 향후 매도 시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시가 산정이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를 사용) 다만 상속세는 늘 수 있으므로, 세액 시뮬레이션과 가족 합의를 병행해야 합니다. 

가족 합의 로드맵

먼저, 가족 전원이 참여하는 ‘돌봄·비용 분담 합의서’를 만드세요. 돌봄의 범위(동행 진료·입원 케어·식사 준비 등), 월 분담액, 이체일, 대체 인력 지원(간병인 고용)까지 항목화합니다. 다음으로, 간병일지·지출 영수증·이체 내역·간병인 계약서 등 증빙을 한 폴더에 모읍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협상에서 ‘정서’를 ‘수치’로 바꾸고, 불가피한 경우 기여분 다툼에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유언은 공정증서 방식으로 남기고(검인 불요), 유언집행자 지정·신탁 활용까지 고려하면 사후 분쟁 가능성이 크게 낮아집니다. 상속 협의석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만 참여시키되, 비상속인(며느리·사위)이 돌봄 당사자라면 별도 보상 합의와 증빙을 통해 “기여는 기여대로”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상속 갈등의 뿌리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법의 중립성’ 사이의 비대칭에 있습니다. 법은 원칙을 지키되, 가족은 기록과 합의로 ‘특별한 기여’를 보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험은 생전 분담 문화와 ‘특별기여료’ 같은 제도 장치가 갈등을 줄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유류분 제도의 부분 위헌 결정으로 큰 변화가 진행 중이므로, 향후 입법 변화와 판례 흐름을 주시하면서 유언·증여·보험·감정평가 등 수단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때입니다. 부모를 잘 돌본 가족이 사후에도 존중받도록, 지금부터 문서·숫자·제도로 대비해야 합니다. 

노노상속연구소의 실전 팁

  • 간병비 분담계약서
    가족회의 의사록과 함께 ‘월 분담액·이체일·대체인력’까지 명시한 간단 합의서를 만드세요. 간병일지·영수증·계좌이체 내역을 한 폴더에 모으면, 협상 자료이자 기여분 입증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통상적 부양만으로는 기여분을 좁게 봅니다. 기록으로 ‘특별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유언 공정증서+집행자 지정
    공정증서 유언은 검인 절차 없이 집행이 가능하고 분쟁 가능성도 낮습니다. ‘간병자녀 추가 배려’와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함께 고려해 문구를 설계하고, 유언집행자(제3자)와 증빙 서류 보관 장소를 정해두세요. 
  • 증여·보험·배우자 공제 타이밍
    직계비속 5,000만 원(미성년 2,000만 원), 배우자 6억 원 기본공제를 10년 단위로 활용하되, 사망 10년 내(비상속인 5년 내) 증여는 상속세에 합산됩니다. 종신보험은 ‘계약자·수익자=자녀, 납입=자녀’로 구조화하면 상속세 과세가액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배우자 공제(최대 30억 원)로 전체 세부담을 줄이는 병행 전략도 검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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